마피아와 마르살라(Marsara)로 유명한 시칠리아(Sicilia)는 이탈리아 반도 남서쪽에 위치한 큰 섬으로 모든 유형의 와인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평범한 테이블 와인(Table Wine)에서부터 알코올 함유량의 많은 디저트 와인(Dessert Wine)에 이르기까지 150여 종류에 이른다. 마르살라(Marsara)는 카타라토(Catarrato), 그릴로(Grillo), 인졸리아(Inzolia)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알코올 강화시킨 것이다. 마살라는 트라파니(Trapani), 팔레르모(Palermo), 아그리젠토(Agrigento)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이 와인은 드라이(Dry), 세미-드라이(Semi-Dry), 스위트(Sweet), 매우 스위트(Very Sweet)하게 만들어진다. 이 지역의 화산토가 마르살라(Marsara)에게 마데이라(Madeira)와 비슷한 산도를 준다.
시칠리아 섬에서는 기원전 7세기경부터 와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 이 섬에서 만들고 있는 스틸 와인의 반은 섬 내에서 소비되고, 반은 이탈리아 북부로 보내져서 베르무트와 그 밖의 와인으로 블렌딩되고 있으나, 마르살라라는 특징 있는 타입의 와인도 생산한다.
Marsala는 알코올 도수 18~19%의 디저트 와인이다. D.O.C는 fine, superiore, vergine의 3개 타입 외에 speciale가 있다.

마르살라는 아라비아어로 ‘신의 항구’라는 의미이다. 마르살라는 1772년 영국의 우트하우스가 이 지역에서 영국으로 와인을 수송하면서 서구로 확산되어 나갔다. 우트하우스사가 수송한 지 몇 년 후 영국에서 마데이라, 포트, 셰리 양조에 경험이 있는 기술자가 이 섬에 양조기술을 전래한 이후 마르살라 와인은 catarratto, grillo, inzolia 포도로 백포도주를 만든 다음 그것에 6%의 보강용 와인을 첨가한 후 더욱 단 포도주스를 가해 만든다. 마르살라는 화이트와인으로 거의 갈색에 가까운 단맛이 강한 와인이나, 숙성 중에 발효가 진행되어 드라이한 와인이 되기도 한다. 마르살라 와인에는 다음과 같은 타입이 있다.
마르살라 피네(Marsala fine)

4개월 이상 숙성시킨 것으로 알코올 도수는 17도, 당분은 5%인 와인이다.
마르살라 수페리오레(Marsala superiore)
2년 이상 숙성시킨 것으로 알코올 도수 18도의 진한 맛과 단맛이 있는데, 단맛은 당분 10%이다.
마르살라 베르지네(Marsala vergine)
이것은 포티파이드 와인은 아니나 솔레라 시스템으로 숙성시킨 것이 많고, 최소 5년 이상을 의무적으로 숙성시켜야 한다. 알코올 도수 18도 이상을 필요로 한다.
솔레라 시스템에서 장기 저장한 것은 특별히 스트라베키아(stravecchia)라고 표시한다.
마르살라 스페찰레(Marsala speciale)
알코올 도수 18도 이상으로 6개월 이상 숙성시킨다.
돈나푸가타

산도●●●○○ |
타닌●●●○○ |
당도●○○○○ |
도수●●●●○ |
가격●○○○○ |
눈이 시린 푸른 바다가 있고, 뜨겁게 끓고 있는 화산이 있으며, 활기찬 생선 시장이 있고, 그런 여러 가지가 버무려져 잉태한 와인이 있으니 바로 시칠리아 와인이 그것이다. 아랍과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가 혼재된 시칠리아의 이국적 면모는 여행을 떠나거나 책을 읽지 않아도 와인 한 잔으로 느낄 수 있다.
세 발 달린 메두사의 나라
시칠리아는 삼각형 모양을 한 이탈리아의 섬이다. 아르키메데스는 평생 삼각형을 연구했는데 시칠리아 출신 기하학자의 의무였는지도 모르겠다. 시칠리아의 상징은 트리나크리아로 트라이앵글의 그리스식 표현이다. 트리나크리아의 형상은 세 발 달린 메두사이다. 뱀으로 엉킨 머리카락을 가진 메두사의 얼굴은 태양을 상징하고, 세 다리는 삼면이 바다인 것을 뜻한다. 시칠리아의 와인 산업 역시 삼각형 구조를 이루고 있다. 개성 있는 테루아, 끊임없는 연구 개발, 그리고 기술 투자 이 삼박자가 시칠리아 와인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지중해에서도 가장 큰 섬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다양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 에트나(Etna; 높이 3,315미터)가 동쪽에 위치한다. 해안선 또한 길이가 1,500킬로미터에 이른다. 면적은 제주도의 13.5배나 된다. 이곳 사람들은 시칠리아를 대륙이라고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익명을 벗고 하늘을 날다
삼천 년 전부터 태양과 토지가 개성 만점의 와인을 빚어내고 있다. 하지만 섬의 지형적 불리함으로 인해 개발이 더딘 시칠리아는 주로 벌크 와인만을 생산해 왔다. 북부 이탈리아 와인의 구조 강화를 위해 강하고 진한 시칠리아 와인이 필요했다. 원산지 이름을 알리고 그 개성을 와인에 표현해야만 부가가치가 생기는 것이 와인 산업의 생리인데 시칠리아 와인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익명으로만 거래되었던 것이다.
마르살라(Marsala, 주정 강화 와인의 일종으로 포도즙을 발효하는 중에 브랜디를 가하여 얻는 와인으로 도수가 높다)가 일찌감치 시칠리아를 알렸다. 주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시칠리아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네로 다볼라(Nero d’Avola) 때문이다. 시칠리아의 토속 품종인 검은 포도 네로 다볼라 속에는 시칠리아 와인의 미래가 들어있다. 고급 품종의 요소인 강한 힘과 타닌, 긴 여운 그리고 음식을 빛내는 복합적인 향과 맛 이 모두를 두루 갖춘 네로 다볼라. 명주로서 진행형인 네로 다볼라에 대하여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칠리아는 요즘 이러한 관심들이 모여 변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 와인 회사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벌크 와인보다는 병입 와인으로 시칠리아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노력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전에는 우수 와인이 원산지의 명성보다는 생산자의 명성에 의지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이 지역의 테루아 연구가 한창이며 그 테루아에 걸맞는 원산지 표시 와인 등급 DOC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칠리아 DOC 중에서 체라주올로 디 비토리아(Cerasuolo di Vittoria)가 맨 처음으로 DOCG로 승격되었다. 2005 빈티지부터 승격된 등급을 달고 시장에 나오는 시칠리아의 최상위 등급 와인이다.
와인의 진정한 평가는 인용 횟수나 평가 점수에 있다기보다는 애호가의 식탁 위에 있다. 공들여 장만한 저녁 식탁 위에 놓인 와인 한 병에는 삶의 기쁨이 있다. 메두사의 피 속에서 태어난 페가수스가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듯 네로 다볼라 역시 고급 레드 와인의 대열 속으로 사뿐히 뛰어오를 것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개성 있는 테루아가 삼각형의 밑변이 되어 와인 성장의 동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제 막 빛을 발하기 시작한 시칠리아는 고급 와인의 진행형이다.
맛의 연주자
시칠리아 와인을 음악계에서 찾는다면 중국의 젊은 연주자 랑랑(Lang Lang)이 제격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신예 피아니스트이자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랑랑의 연주를 들어 보자. 트럼펫보다 더 크게 폭발하는 것이 랑랑의 피아노 연주다. 힘있게 터져 나오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으면서 네로 다볼라를 마신다. 입안에서 진동하는 네로 다볼라의 안단테와 알레그로가 랑랑의 연주처럼 느껴진다. 포르티시모는 네로 다볼라의 힘이고 피아니시모는 네로 다볼라의 여운이다.
시칠리아에서 명성이 자자한 타스카 달메리타(Tasca d’Almerita)가 만드는 최고의 레드 와인으로 로쏘 델 콘테(Rosso del Conte)가 있다. 주품종은 네로 다볼라다. 1970년대부터 네로 다볼라의 우수성을 알리기 시작한 선구자적인 와인이다. 입에서 파동 치는 과일 향이 끊김이 없어 매력적이다. 체리 향이 가득하며 타닌이 잘 익어 부드럽게 넘어간다. 여운도 길다. 강한 태양과 풍요로운 포도밭이 빚어낸 시칠리아의 클래식한 와인이다.
토스카나의 슈발 블랑이라 불리는 테누타 디 트리노로의 안드레아 프란케티도 시칠리아의 풍요로운 테루아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2003년 첫 출시한 파쏘피샤로(Passopisciaro)는 잊혀져 가는 토속 품종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로 담근다. 에트나 화산 중턱에 자리잡은 서늘한 포도밭에서 가을 내내 따스한 볕으로 익어가는 포도로부터 투명하고 맑은 와인을 얻는다. 활짝 핀 아로마 속에 시칠리아의 풍광이 녹아 있다.

네렐로 마스켈레제(Nerello-Mascalese)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에트나에서 태어난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적포도 품종이다. 포도는 상당히 두꺼운 껍질(네렐로 카푸치오보다 두껍다)에 높은 타닌과 높은 산도를 지녔다. 하지만 와인은 맑고 옅은 강도의 색을 띠며 딸기, 체리와 같은 붉은 과실 풍미를 보인다. 동시에 시나몬과 허브향도 찾을 수 있어서 복합적인 풍미의 와인이 만들어진다. 높은 산도와 타닌 덕분에 장기 숙성형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 포인트.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포도가 굉장히 늦게 익는다. 심지어 에트나산의 높은 지대에서는 11월 초순에 수확하기도 한다. 화산토양이 주를 이루는 에트나 로쏘 DOC(Etna Rosso DOC)의 주요 품종이며 네렐로 카푸치오라는 토착 품종과 블렌딩 되기도 하는 이 품종은 같은 화산토양의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주에서도 재배된다. 에트나 지역에서는 네렐로 마스칼레제 양조시 포도 껍질의 침용 기간을 늘려서 타닌과 색소를 더 뽑아낸다.

추천 와이너리
Benanti, Tenuta Terre Nerre, Calabretta, Cornelissen, Graci, Passopisciaro, Girolamo Russo, Terre di Tre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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